5년차, 정체기가 찾아왔다

2023/03/20 회고 커리어 성장 2 min read
5년차, 정체기가 찾아왔다

어느 날 문득

2023년 초, 코드를 치는데 손이 멈췄다.

머리로는 뭘 해야 하는지 안다. CRUD API 만들면 된다. 수백 번 해본 거다.

근데 흥미가 없다.

5년차. 어느새 꽤 됐다. 2019년에 입사해서 매년 뭔가 새로웠다.

  • 1년차: 모든 게 새로웠다
  • 2년차: Express 마스터
  • 3년차: NestJS 전환
  • 4년차: GraphQL, Flutter 도전

그런데 5년차. 올해는 뭐가 새롭지?


반복의 늪

돌이켜보면 3년차 이후로 비슷한 일을 반복했다.

새 프로젝트 시작
→ NestJS 보일러플레이트 복사
→ 엔티티 정의
→ CRUD 생성
→ 인증/인가 붙이기
→ 배포
→ 유지보수
→ (처음으로)

물론 프로젝트마다 도메인은 다르다. 커머스도 하고, 채팅 앱도 하고, 예약 시스템도 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똑같다.

TypeORM으로 엔티티 만들고, Service에서 비즈니스 로직 처리하고, Controller에서 API 뚫고.

눈 감고도 할 수 있다. 그게 문제다.


성장이 멈춘 건가?

GitHub 커밋 이력을 봤다. 2022년 이후로 개인 프로젝트가 없다.

회사 일만 했다. 회사 일이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회사 일은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된다.

  • 새로운 기술? 리스크. 검증된 거 쓰자.
  • 아키텍처 실험? 시간 없어. 기존 구조대로.
  • 리팩토링? 돌아가는 거 건드리지 마.

어느 순간 “개발자”가 아니라 “코더”가 된 느낌.


내가 시도한 것들

정체기를 인정하고 몇 가지 시도했다.

1. 사이드 프로젝트

오랜만에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회사에서 못 쓰는 기술을 일부러 골랐다.

  • Rust 백엔드 (Axum)
  • Svelte 프론트엔드
  • 새로운 DB (Supabase)

결과? 3주 만에 포기.

시간이 없었다. 회사 일 끝나고 집에 오면 9시. 밥 먹고 씻으면 10시. 1-2시간 코딩하고 자야 한다.

주말? 쉬고 싶다.

2. 기술 블로그 읽기

Hacker News, 개발 블로그, 기술 아티클을 열심히 읽었다.

신기술 소식은 많이 알게 됐다. 하지만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다.

지식만 쌓이고 실력은 그대로.

3. 이직 고민

“환경을 바꾸면 달라지지 않을까?”

채용 공고를 봤다. 연봉은 좀 오를 것 같다. 하지만 하는 일은 비슷해 보였다.

결국 이직은 하지 않았다.


깨달은 것

몇 달간 방황하다 깨달은 게 있다.

정체기는 나쁜 게 아니다.

신입 때는 매일 새로운 걸 배웠다. 그게 당연했다. 아무것도 모르니까.

5년차가 되면 웬만한 건 안다. 새로운 걸 배우려면 의도적으로 찾아야 한다.

그리고 “성장”의 정의가 바뀌어야 한다.

과거의 성장

  • 새 언어 배우기
  • 새 프레임워크 익히기
  • 새 기술 적용하기

지금의 성장

  • 더 좋은 설계 하기
  • 더 유지보수하기 쉬운 코드 쓰기
  • 더 효율적인 협업 방식 찾기

눈에 보이는 성장에서 눈에 안 보이는 성장으로.


2023년을 보낸 방법

결국 이렇게 보냈다.

기존 코드 리팩토링

새 프로젝트 대신 기존 프로젝트를 개선했다.

  • 테스트 코드 추가 (커버리지 0% → 60%)
  • 성능 최적화 (쿼리 개선, 인덱스 추가)
  • 코드 리뷰 문화 정착

문서화

머릿속에만 있던 지식을 문서로 만들었다.

  • 온보딩 가이드
  • 아키텍처 결정 기록 (ADR)
  • 트러블슈팅 매뉴얼

주니어 멘토링

후배 개발자에게 알려주면서 나도 배웠다.

설명하려면 정리해야 한다. 정리하면서 내가 몰랐던 부분을 발견했다.


정체기는 끝났나?

솔직히 모르겠다. 아직 정체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불안하지는 않다.

성장에는 여러 방향이 있다. 기술만 파는 게 성장이 아니다.

  • 팀을 더 좋게 만드는 것
  • 후배를 성장시키는 것
  •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

이것도 성장이다.


5년차 개발자에게

비슷한 상황이라면 이런 걸 권한다.

  1. 조급해하지 마라 - 매년 새로운 걸 배울 필요 없다
  2. 깊이를 파라 - 새로운 것보다 기존 것을 더 잘하자
  3. 기록하라 - 알고 있는 것을 문서화하자
  4. 가르쳐라 - 가르치면서 배운다

정체기는 재정비 기간이다.

다음 도약을 위한 준비 시간.


다음 글: AI 시대, 개발자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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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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