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지금까지, 사이드 프로젝트를 멈춘 적이 없다.
NAS 텔레그램 봇, cucu-generator, movieql, 그리고 지금 만들고 있는 것들까지. GitHub 잔디는 초록초록하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이게 항상 좋았던 건 아니다.
번아웃을 부르는 사이드 프로젝트
2022년의 나
회사에서 NestJS로 하루 종일 코딩하고, 집에 와서 또 코딩했다.
“이거 빨리 끝내야 하는데…”
퇴근 후 3-4시간씩 사이드 프로젝트. 주말도 반납. 처음엔 재밌었다.
3개월쯤 지나니까 뭔가 이상했다.
- 회사 코드를 보면 짜증이 난다
- 사이드 프로젝트도 재미없다
- 그냥 다 귀찮다
전형적인 번아웃이었다.
원인 분석
- 경계가 없었다: 회사 일 = 코딩, 취미 = 코딩. 쉬는 시간이 없었다.
- 목표가 없었다: “뭐라도 만들어야지”로 시작해서 끝이 안 보였다.
- 완벽주의: 기능 하나 만들면 “이것도 추가해야지”가 끝없이 이어졌다.
지금의 방식
5년간 시행착오 끝에 정착한 방법들.
1. 시간을 정해둔다
## 사이드 프로젝트 타임박스
- 평일: 퇴근 후 1시간만 (21:00-22:00)
- 주말: 토요일 오전만 (10:00-13:00)
- 금요일 밤, 일요일: 코딩 금지
시간이 되면 진행 중이어도 멈춘다. 저장하고 끈다.
처음엔 찝찝했다. “여기서 멈추면 흐름 끊기는데…”
근데 신기하게도, 끊어진 흐름 때문에 다음 날 더 빨리 들어갈 수 있다. 뭘 해야 하는지 명확하니까.
2. 범위를 확 줄인다
예전:
“SNS 클론 만들어볼까? 로그인, 피드, 팔로우, DM, 스토리…”
지금:
“API 하나만 만들자. 영화 검색 API.”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진짜 진지하게 적용한다.
## movieql 초기 스펙
- [x] 영화 검색 API
- [x] 영화 상세 조회 API
- 끝.
추가하고 싶은 거:
- [ ] 리뷰 기능
- [ ] 평점 기능
- [ ] 추천 기능
→ 나중에. 일단 위에 두 개 완성부터.
2주 안에 뭔가 돌아가는 게 있어야 한다. 아니면 흥미를 잃는다.
3. 본업과 다른 걸 한다
회사에서 NestJS 백엔드를 짠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NestJS 백엔드를 또 짜면? 똑같은 걸 두 번 하는 느낌.
그래서:
- 회사: 백엔드 → 사이드: 프론트엔드 or 모바일
- 회사: TypeScript → 사이드: Rust or Python
- 회사: 복잡한 비즈니스 로직 → 사이드: 단순하고 재밌는 거
2024년엔 Flutter를 배웠다. 회사에선 절대 안 쓰는 기술이라 더 재밌었다.
4. 완성의 정의를 낮춘다
완벽한 완성: 테스트 커버리지 90%, 문서화 완료, CI/CD 구축, 디자인 완성…
현실적 완성: 돌아간다. 끝.
## cucu-generator 릴리즈 기준
- npm publish 가능
- 기본 명령어 동작
- README에 설치 방법 있음
이게 전부.
예쁜 웹사이트? 나중에.
상세 문서? 필요하면.
일단 세상에 내놓는 게 중요하다. 다듬는 건 그 다음.
5. 중단도 성공이다
2021년에 시작한 Electron 앱 프로젝트. 두 달 만에 접었다.
예전엔 이게 실패라고 생각했다. “시간 낭비했네…”
지금은 다르게 본다.
- Electron 기초를 배웠다 ✓
- 데스크톱 앱 개발이 나한테 안 맞는다는 걸 알았다 ✓
- 더 오래 끌지 않고 빠르게 손절했다 ✓
모든 프로젝트가 완성될 필요 없다. 배운 게 있으면 된 거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준 것들
기술적 성장
회사에선 안정적인 기술만 쓴다. 검증된 거, 팀이 아는 거.
사이드 프로젝트는 다르다. GraphQL 써보고 싶으면 바로 쓴다. Rust 배우고 싶으면 시작한다.
이렇게 배운 게 결국 회사에서도 쓰이더라.
포트폴리오
면접 때 “이런 거 해보셨어요?”라고 물으면 GitHub 링크를 준다.
“영화 API 만들어봤습니다. 여기요.”
말로만 하는 것보다 100배 설득력 있다.
환기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사이드 프로젝트가 휴식이 되기도 한다.
회사에서 복잡한 레거시 코드와 씨름하다가, 집에서 깨끗한 새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머리가 맑아진다.
물론 이건 “다른 종류의” 코딩일 때만.
균형 체크리스트
## 월간 자가 점검
- [ ] 이번 달 번아웃 느낌 있었나?
- [ ] 회사 업무에 영향 있었나?
- [ ] 충분히 쉬었나?
- [ ] 사이드 프로젝트가 재밌었나?
하나라도 ❌면 다음 달 계획 조정
재밌어야 사이드 프로젝트다. 의무감으로 하면 그냥 투잡.
결론
사이드 프로젝트는 양날의 검이다.
잘 하면: 기술 성장 + 재미 + 포트폴리오 못 하면: 번아웃 + 본업 영향 + 삶의 질 하락
5년 동안 배운 건 결국 “적당히”다.
- 적당한 시간
- 적당한 범위
- 적당한 완성도
- 적당한 휴식
코드도 인생도 결국 밸런스다.